• 노크와 펑고
  • 2022. 4. 10. 04:34
  • https://youtu.be/zQhdonfgVM0

     

    하려는 계획은 없었다만 어쩐지 갑자기 용과 같이가 땡기는 기분이라

    사 놓고 스팀 라이브러리에 처박아놨던 용과 같이 3을 했다.

    용과 같이 3이라는 게임에 대해 먼저 말하자면
    동성회 회장 자리를 다이고에게 넘기고 오키나와에서

    고아원을 운영하면서 살고 있는 키류, 라는 설정이다.
    따라서 아이들이 나온다.

    스토리를 진행하다 보면 아이들과 야구를 하는 미니게임이 나오는데,
    아이들이 키류에게 수비 연습용으로 공을 쳐 달라고 한다.

    이 때의 자막이 '노크'였다.
    그리고 나는 구구단보다 야구를 먼저 배운 모태야빠이자

    일본어 공부를 한다는 핑계로 NPB도 틈틈이 챙겨보는 야구광이다.
    (주제에서 벗어난 말이지만 야구 중계랑 경마 중계가 빠른 말 공부하기에 좋다.

    뉴스나 드씨처럼 또박또박 말해주는 것의 정반대 느낌이랄까.)

    그렇기에 그 '노크'가 '펑고'의 일본식 표현이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야구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봐 얘기하자면 펑고는 수비 연습용으로 쳐 주는 공이다. 는 위에서 말했지만.

    어느 정도 의도된 코스와 빠르기로 치는 공이기도 하고

    펑고란 말 자체가 홈런 등을 노리고 치는 공은 아니기도 해서 일반 타격과는 좀 거리가 있다.
    보통은 수비수에게 가면 안 되는 게 타격이지만 펑고는 일부러 수비수에게 가도록 친다.

    아슬아슬하게 안 가도록 치기도 하고, 아예 잡을 수 없는 곳으로 쳐서 수비 연계를 확인하기도 하고,

    뭐 목적에 따라 다르겠지만 하여간 보통의 펑고는 수비수에게 가도록 친다.

    이 때, 처음에는 당연히 '아니 펑고로 써야지, 노크라고 하면 누가 알아듣나?'라고 생각했는데...
    화자가 어린아이임을 고려했을 때, 이 아이가 펑고라는 단어를 써도 되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야 원문도 노크라는 야구용어니까 야구에 박식한 아이일 수도 있겠지만.
    아니, 일본에서는 야구 용어가 널리 보급돼 있으니까(동아리 등으로)

    한국보다는 허들이 낮지 않을까?

    나도 저만한 나이에는 펑고라는 말 몰랐던 것 같은데...

    초등학생이 펑고라는 단어를 알 수 있을까?

    끝없는 고민.

    그리고 다음은, 굳이 펑고라는 단어를 써야 하는가? 였다.
    그야 야구팬들끼리 얘기할 때는 펑고라고 말하면 의사소통이 빠르니까 펑고라고 해 주는 게 서로 윈윈이지만,
    이 대사 같은 경우는 금방 지나가는 경우이기도 하고

    굳이 펑고란 말을 살리지 않아도 "수비 연습하게 공 좀 쳐 달라"는 뉘앙스만 살려도 문제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또 굳이 원문에 있는데 마음대로 죽여서

    야구를 좋아한다는 내가 모르는 설정을 없애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면 "수비 연습하게 펑고 좀 쳐 달라" 정도가 되려나.

    펑고만 달랑 쓰는 건 안 된다가 대전제고.
    펑고를 쓸 거면 야구 문외한도 알 수 있도록 앞에 부연설명을 붙인다.
    아니면 아예 펑고라는 단어를 빼 버린다.
    둘 중 하나를 택했을 것 같다.

    아무튼 노크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마치 유격수를 숏이라고 내버려두는 듯한...
    좌익수 플라이를 레프트 플라이라고 내버려두는 듯한...
    그런 느낌이다.

     

    가끔 이런 야구용어 나올 때 어렵다.

    저번에는 振り逃げ가 나왔는데 '낫 아웃'…… 

    낫아웃, 이라고 붙여 쓰는 게 습관이 돼서 그런가, 띄어 쓰는 것에 조금 위화감을 느꼈다.

    그리고 낫아웃 상태처럼 필사적으로~ 이런 느낌이었는데,

    나야 무슨 뜻인지 알겠지만…… 뭐 이 정도는 괜찮나?

     

    야구용어를 한국어로 치환하는 건 쉽지만(찾아보면 금방 나오기도 하고)

    그 느낌을 살려서 야구용어로 놔둘지, 부연설명을 덧붙여서 용어와 쓸지,

    용어 자체를 풀어쓸지, 원문을 죽이고 뜻만 살릴지

    이런 걸 결정하는 게 참 고민되는 것 같다.

     

    한자 풀어쓰기도 항상 고민된다.

    나는 웬만하면 한국인 입장에서 생소하고 어려운 한자나

    동음이의어여서 애매한 단어들은 풀어 쓰는 편인데

    간지를 위해서 가끔 남겨놔야 하나 고민되는 한자도 있다.

    뜻 전달과 간지 사이에서 매번 고민하게 된다.

     

    여담이지만, 마작 용어는 풀어 쓴다.

    이건 옛날에 글을 썼다.

     

    https://ckwwp.tistory.com/40

     

    210125

    Mahjong. 영어에 익숙한 사람들은 마종이라 읽을 것이고 으-른들의 놀이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마작]이라 읽을 것이다. 요즘 들어서 한국에서 바둑이나 장기를 즐기는 사람은 적어졌다. 마작

    ckwwp.tistory.com

     

    하다 보면 야구 용어랑 마작 용어가 진짜 널리 퍼져있는 것 같다.

    정말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옛~날에 뭐 자막 달다가

    '뭐가 ヒット고 뭐가 空振り인지 모르겠다'라는 문장이 있었는데

    그 때는 ヒット가 히트곡? 유행을 타다? 이런 뜻인 줄 알아서 히트-헛스윙이라고 썼는데

    ヒット-空振り가 세트로 안타-헛스윙이었다…….

     

    그때는 일본야구를 안 챙겨 봤을 때라 몰랐다.

    지금 생각해도 이걸 놓쳤다는 게 너무 아쉬운데

    지난 일이니 어쩔 수 없지 뭐.

     

    아무튼 그 말을 한 사람이 딱히 야구 팬도 아닌데 그런 단어를 쓸 정도니까

    정말 보편적으로 쓰이는 단어긴 한가보다.

     

    고스톱 몰라도 '못 먹어도 고'라는 말 쓰는 거랑 비슷한 거겠지.

    정말 언어의 세계는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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