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작
  • 2021. 1. 25.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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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youtu.be/Lnj1SLrcIJA

     

    Mahjong.

    영어에 익숙한 사람들은 마종이라 읽을 것이고

    으-른들의 놀이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마작]이라 읽을 것이다.

     

    요즘 들어서 한국에서 바둑이나 장기를 즐기는 사람은 적어졌다. 마작은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 어느 날 나는 이 생소하기 짝이 없는 정체불명의 놀이에 발을 들여놓고 만 것이다.

     

    발단은 이렇다.

    게임에서 서브퀘스트를 하려고 말을 걸었는데 다짜고짜 마작을 하라고 끌려갔다.

    (것도 1000점에서 스타트해서 이겨야 하는 괴상한 서브퀘스트)

    마작 룰도 모르고 패 읽는 데도 시간이 겁나 걸리는 초보자가 1000점에서 누군가를 이길 수 있을 확률이 얼마나 되겠는가.

    좆발렸다. 분했다. 

     

    하던 게임이 일본어라서 잘 이해가 안되는가 싶어서 파이널판타지 14 한국 서버를 켜서 작패유희로 연습했다.

    좆발렸다. 분했다. 

     

    그런데 뭔가 하다보니까 재미가 있다.

    본질은 짝맞추기 게임인데 어쩔 때는 점수가 많이 들어오고 어쩔때는 이긴 것 같지도 않을 때가 있었다. 왜인지 궁금해서 역을 하나하나 찾아보기 시작했다.

    멘쯔는 뭐고 슌쯔는 뭐고 도라에 우라도라... 용어를 하나하나 알아가는 사이에 마작에 빠져버리고 만 것이다. 

    마작 다 좋은데 시간을 너무 많이 잡아먹어서 한판만 더 쳐야지 ㅎ 하면 몇시간 지나가 있다.

     

    근데 하다보니까 뭔가 익숙한 단어가 보인다.

    安パイ. 안전빵이라는 단어가 이 단어의 도착어로 딱이다.

    누군가가 리치를 외쳤을 때 버려도 쏘이지(론을 당하지) 않을 안전한 패라는 뜻이다.

    이런 뜻이 있었다니

     

    그 외에도 テンパる. 허둥지둥, 안절부절, 우왕좌왕하고 있는 상태. 

    하나의 파이(패)만 더 있으면 화료(오름)할 수 있는 상태를 텐파이聴牌라고 하는데

    거기서 어떤 일이 완성되기 직전의 상태에서 아슬아슬한 상태로 뜻이 변했다고 한다.

     

    그 다음은 パイパン. 뜻은 좀 민망하니까.....................

    이건 자패 중 하나인 삼원패의 하얀 패(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패)를 가리키는 白板에서.

    아무것도 없는 깔끔한 상태... 마작을 알고 보니 이해되는데 이걸 어떻게 거기다 갖다붙이는지 참 숭허다.... 

     

    그 다음은 メンツ.

    어떤 일을 하는 구성인원. 

    굳이굳이 따지자면 멘쯔는 같은 패를 3개 갖추는 것... 이긴 한데 그냥 (마작 하는) 인원을 멘쯔라고 부르는듯. 

     

    그리고 連チャン.

    난 뭐 방송용어나 유행어인 줄 알았다. 어떤 일이 연달아 일어나는 상태를 일컫는 단어.

    今日はレンチャンでテストだった~ 등등의...

    원래는 친이 계속 유지되고 있는 상태를 일컫는 말.

     

    이거 말고도 이거저거 많이 있지만.. 

    하여튼간에 알고 나니까 마작에서 유래된 단어가 되게 많구나 싶어서 신기했다.

     

    근데 생각해보니까 우리나라도 이런 전통적인 으-른의 놀이에서 유래된 말이 꽤 있었다

    섯다(정확히는 섰다라는데...... 한 20년 가까이 섯다로 써와서 걍 섯다로 쓰겠음)에서 유래된

     

    장땡

    1. 명사 화투 노름에서, 열 끗짜리 두 장을 잡은 제일 높은 끗수.
    2. 명사 가장 좋은 수나 최고를 속되게 이르는 말.

     

    땡 
    1. 명사 화투에서, 같은 짝 두 장으로 이루어진 패.
    2. 명사 뜻밖에 생긴 좋은 수나 우연히 걸려든 복을 속되게 이르는 말.

     

    끗발 
    1. 명사 노름 따위에서, 좋은 끗수가 잇따라 나오는 기세.
    2. 명사 아주 당당한 권세나 기세.

     

    한끗
    1. 명사 근소한 차이나 간격이 있음을 속되게 이르는 말.

     

    고스톱은 알아도 섯다는 잘 모르는 사람이 많지만... 타짜는 다들 한번쯤 보지 않았을까?

    이것도 섯다 룰을 안 뒤에 생각해 보면 아 그런 뜻! 싶을 것이다.

    난 이 말을 알기도 전에 섯다를 배워서 아쉽게도 감동은 없었다

     

    아무튼아무튼.. 이렇게 사람들이 대중적으로 즐기는 놀이의 단어가 일상 속에서 많이 사용된다는 게 신기했다. 

    단어란 건 참 신기하다. 유래는 잊혀지더라도 단어의 뜻은 집단적 의식 속에서 계속 수명을 이어간다는게 

    이런 말 하고 나면 꼭 소멸위기 언어들 생각이 나서 감성에 젖게 된다....

     

    고등학교때는 언어학도 해보고 싶었는데...

    그건... 정말 뭐해먹고 살아야하는 학과지?

    뭐 알아서들 잘 살겠지만... 나보다 잘 살겠지 응... 

    글 어떻게 끝내야 되지.

     

    // 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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