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타임: 70시간

이거 진짜 갓겜입니다.
아니, 갓겜이라는 단어가 담기엔 너무 굉장한 게임이다. 여기가 무슨 1984의 영사도 아니고, 엄청난 게임은 엄청나다고 이유를 들어 설명해야 하지 않겠는가.

시스템이 어쩌고 하는 객관적 설명은 누군가 해 놨을 테니까 나는 나만의 이야기를 적어야지.

이하 스포일러입니다만,
제발 스포부터 보지 마세요. 그냥 일단 하세요. 남들이 잘 만든 게임이라고 그걸 맹신해도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 게임은 정말 잘 만들었으니까 이런 리뷰글 찾아볼 시간에 제발 직접 플레이해보세요.



















일단 도입부부터 범상치 않았다. 야숨이 그냥 냅다 링크 일어나세요... 했다면 이건 멀쩡했을 때를 먼저 보여줘서 어라? 싶었다. 그리고 이때부터 이건 명작이다. 됐다. 잘 만들었다. 성공했다. 이런 느낌이 왔다.

갑자기 오른팔이 기생수 되는 건 당시엔 의문스러웠지만 나중 되니까 납득이 됐다.


이 부분이 정말 웅장했다. 솔직히 야숨 풍경 둘러보기는 그냥 그렇구나 싶었는데(나는 사람들이 이 부분을 왜 대단하다고 하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번 작품에서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링크, 카메라 이동, BGM, 그리고 나타나는 타이틀 로고가 너무 절묘하게 맞아떨어져서 감탄이 나왔다.

넓은 하늘을 탐험하고 있다는 실감도 들었고,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해방감도 느껴졌다.

하늘섬 튜토리얼도 재미있었는데, 이런저런 능력을 얻으면서 그걸 구사하고 지형과 도구를 이용해 퍼즐을 풀고 앞으로 나아가는 그 과정 자체가 너무 흥미로웠다.

능력을 초반에 거의 다 주는데(블루프린트 제외) 그 능력이 후반부에서도 질리지 않는 게 신기했다. 공교롭게도 직전에 한 게임이 루이지맨션3였는데, 이것도 능력을 초반에 다 주고 후반에는 그것들의 응용과 조합으로 퍼즐을 푸는 게임이었다.

그런데 왜 왕눈은 재밌을까? 따지고 보면 지형은 루이지맨션3가 더 다채로울지도 모른다. 내 생각이지만, 능력은 한 가지여도 그걸 쓰는 방법이 다양하고 나아가서는 그걸 쓰기 위한 목적이 다양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울트라핸드를 어떨 땐 물건을 옮기기 위한 도구로, 어떨 때는 물건을 조합하기 위한 도구로, 또 어떨 때는 리버레코를, 어떨 때는 트레루프를 이용하기 위한 도구로 쓴다는 점.

도구들의 상성이 좋다고 해야 할까. 그리고 문제를 푸는 방법이 한 가지만이 아니어서 더 재미있었다. 사당을 이렇게 깨면 안 되는 것 같은데... 싶으면서도 어쨌든 깼으니까 재밌다! 이런 성취감을 도구의 조합으로 느끼게 해 놓은 점.


하이랄에 내려와서는 신전 공략. 전작의 신수 퍼즐 - 보스전과 비슷한 패턴인데, 도구가 많아서 그런지 퍼즐도 더 재밌었다. 재미없어지면 문제인가...

아무튼, 신전을 다 돌고 난 뒤에는... 야숨 같았으면 이리저리 새다가 할 거 없으니 가논이나 잡으러 가 볼까? 였는데, 이번엔 지상화가 있어서 비교적 빨리 메인스토리를 진행했던 것 같다.

지상화 자체는 전작의 사진기 기억과 똑같은 시스템인데, 다른 게 있다면 전작은 굳이 내가 거길 찾아가서(지나가다가 갈 수도 있지만 그게 그렇게 우연히 가게 되는 장소들은 아니었던 것 같다) 시점을 맞추고 기억을 떠올려야 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빠른 이동이든 탐험의 목적이든 조망대를 이용해 하늘로 수백 번은 올라가게 되는데, 그때마다 좋든 싫든 눈에 크게 들어오는 지상화라는 수단을 이용해 올라온 김에, 보이니까, 하고 가 보게 만들었다.

그리고 정말 충격적인 지상화 스토리. 무려 젤다가 용이 되고 그 용의 머리에 마스터 소드가 있다는 내용... 이걸 보고 젤다를 구하러 가야겠다(or 이게 대체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는 마음이 들지 않는 유저가 있단 말인가...

아무튼 그렇게 동기부여하게 만든 점도 정말 나아진 점이라고 생각한다. 조금 불호였던 점이 있다면 전체적으로 좀 기괴하고 호러 느낌이 짙다는 점. 용(특히 눈알)도 그렇고 지저도 좀 불쾌하게 생겨서 처음엔 탐험하고 싶다는 의욕이 안 들었다. 보상이 확실하니까 나중에는 다 들쑤시고 다녔지만.


상식인처럼 글 썼으니까 이제부터 오타쿠처럼 글 씁니다.

일단 초반부에 젤다가 유적에 푹 빠져 있으니까 링크가 아무 말 없이 횃불 들어주는 것부터 너무 좋았다. 이런 소소한 행동들을 너무 잘 넣었다! 용의 눈물 영상 중에서도 라울이 젤다한테 눈치없는 질문 하니까 소니아가 옆구리 쿡 찌르는 장면도 있었는데 정말 디테일하다고 생각했다.

후후 그리고 하테노 마을에서 전작에 링크의 집이 있었던 곳에 가면 젤다의 일기가 있고 하는 거 보면 둘이...

그리고 손을 이용한 연출도 좋았다. 떨어지는 링크를 라울의 손이 잡고, 봉인을 풀 때도 손을 갖다대고, 현자들이 링크한테 힘 줄 때도 악수하고.
항상 링크가 왼쪽이고 다른 사람들이 오른쪽이었는데 마지막에는 젤다가 왼쪽이고 링크가 오른쪽인 게 너무 좋다...

마지막 부분 연출이 정말 좋았다. 떨어지는 젤다를 급강하 키를 눌러서 데리러 가는 부분, 굳이 버튼을 눌러서 플레이어의 행동으로 손을 뻗어 구하게 만든다는 점. 나는 이런 부분이 게임만이 할 수 있는 연출이라고 생각한다. 페르소나5의 엔딩도 그렇고, 정말 단순한 키 입력이지만, 그래도, 그럼으로써 게임으로서의 의미를 갖게 되는 이런 류의 연출이 좋다.

나는 게임이란 플레이어가 존재하기 때문에 성립하는 예술이라고 생각해서 그렇다. 아니면 영화랑 다를 바가 없으니까. 아무튼 그런 점에서 직접 버튼을 누르는 연출이 좋았다. 진부하지만, 아마 만드는 사람들도 알고 있었겠지만 그럼에도 그 순간에는 그 연출이 꼭 필요했다. 꼭 들어가야만 하는 연출이었고 그건 정답이었다.

후... 그리고 정말 사소한 디테일인데, 하이랄 성 지저로 떨어지고 좀 더 가다 보면 유적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거기가 프롤로그에서 젤다와 함께 왔던 그곳이어서 깜짝 놀랐다. 수미상관 구조를 좋아해서 놀라우면서도 반갑고 기뻤다. 그리고 거기에서 떨어지면... 횃불이 있다는 점. 아마도 링크가 잠들고 젤다가 과거로 가기 전, 가논이 깨어나 습격했을 때 젤다가 놓쳤던 그 횃불. 그걸 발견했을 때 정말 소름돋아서 침대에서 잉어킹처럼 뛰어오를 뻔했다. 그리고 한층 더 강해지는 가논을 쓰러뜨리겠다는 의지... 정말 좋은 연출이었다.

일본 게임 특유의 다녀왔습니다 잘 왔어(소위 말하는 타다이마오카에리)인데도 무한히 감동적이어서 엉엉 울면서 스크린샷 버튼을 연타했다. 정말 감동적인 이야기였어...


다른 글들 둘러보면 알겠지만 이렇게 멀쩡한 문체로 이 정도 길이의 글을 쓴 적은 없으니 그것만으로도 이 게임이 얼마나 훌륭한 게임인지를 반증해 준다.
정말 좋은 게임이었다. ICO를 플레이했을 때 좋은 게임인 건 알겠는데 너무 옛날 게임이다, 그때 플레이했으면 더 좋았겠다라고 생각했었는데,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더 킹덤이 바로 그런 작품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몇십년 후에도 명작이겠지만, 2023년에 생생하게 플레이함으로써 이 감동과 전율을 온전하게 느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다시 한번 말하고 싶다. 정말 좋은 게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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